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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nghai/Etc

비움의 미학 - 미니멀리스트를 꿈꾸며

by 금뿡빵 2020.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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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혼자 산다 유아인편 재방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닮은 고민들을 꽤 오랫동안 해 왔었기에 공감이 참 많이 갔다.

버리지 못하고 쌓아둘 때가 있었다.
물건은 물론 추억이나 인간관계까지도.
항상 욕심이 많았고 원하면 가져야 했다.
어릴 때의 ‘수집’이라고 적혀있던 취미칸을 보면 어쩌면 천성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달간의 배낭여행을 하면서도 여행 초기에 대리석으로 만든 체스판이 눈에 들어와 그 무거운 체스판을 한달동안 들고 다닌 적도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하나 더 늘어난 짐을 보고 행복감을 느꼈다. 물론 체스판 하나만 사온 것은 아니였다.

언제든지 내가 원할 때 모든 물건들이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도록 잔뜩 쌓아두고 더 많은 물건들이 내 집에 있기를 바랐으며 이것이 남들 눈에도 좋게 비춰지기를 믿었고 바랐다.

실제로는 어떻게 생각했을지는 모르겠지만
물건도 많고 친구도 많은 사람,
맥시멀리스트라 불릴 정도로 가진 게 많은 사람이라고 불리었다. 그리고 그것이 꽤나 만족스럽기도 했다.
그리고 또, 더 그렇게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나는 부자가 아니기 때문에 가진 것보다 항상 못 가지는 것이 더 많았다. 그래서 우울한적 많았다.

나를 탐구하는 것을 좋아했고 생각이 많았다.
생각이 많은 나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러지 않았으면 하고 힘들어하기도 했다.
정리하고 싶었지만 뭘 덜어내고 정리해내야할지 몰랐다.
내 방은 물론, 내 머릿속과 마음도 정리가 안되었다.
내가 보기엔 덜어낼 게 없었다.
정리가 필요한 것은 알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또 우울했다.
그리고 우울함을 즐기는 나를 싫어하기도 좋아하기도 했다. 뭐하나 명확한 게 없다.

그러다 미니멀리스트에 빠져 매일같이 물건 버리기를 한 때도 있었다.
가지고 있는지도 몰랐으면서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고 착각하며 이고지고 다니던 물건이 정말 수천개는 되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정말 작은 쓰레기일 뿐인데도 의미부여를 해가면서 하나하나 소중히 간직해왔다.
지금 생각하면 소중히 간직한 것도 아니다.
있는 줄도 몰랐던 물건들이 태반이었으니까.
가져야만 행복한 줄 알았는데 버리면서 더 큰 만족감을 느꼈다.
진짜 나에게 소중한 것만 남기고 버리는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에게 소중한게 무엇인지도 조금은 알게 되었다.

나의 남편은 호불호가 정확한 사람이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정확하게 알고있다.
무엇을 결정하는 데 있어 1초도 걸리지 않는다.
버리는 것에 미련이 없고 언제나 목표가 뚜렷하다.
현실적인 사람이라 주로 상상안에 갇혀 사는 나에게는
배울 게 참 많은 사람이다.

덕분인지 지금은 예전에 비해 많이 ‘가벼운’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괜히 생각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있고
작은 것에 의미부여하며 긴 시간을 허상으로 보내지도 않는다. 전보다는.

몇 년간의 버리는 연습을 통해 물건들을 많이 비워내었고 정리가 안되는 공간에서도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역시나 잘 버리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미련이 많은 사람이고 또한 욕심도 그득하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대신 끈기는 없는 편이라
그래서 하다만 일과들이 한가득이다.

그래도 조금씩 내 자리를 찾으며 정리를 해가려고 노력하는 중이고 지금은 내 길대로 꽤 ‘잘’ 살고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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